깃털도둑_깃털 도둑은 사실 자연 도둑이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책을 빌렸다.
사실 화려한 색채로 가득한 책 표지의 깃털에 매료된 것도 책을 빌린 이유 중에 하나였다.
당연히 소설인 줄 알았고, '깃털'은 은유적인 표현일 거라고 생각했다...
「깃털도둑」은 일종의 취재기다.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에드윈 리스트가 트링박물관에서 수많은 새의 표본을 훔치는 이야기가 사건의 중심이지만, 그 사건에 접근하기 위해 다윈과 월리스의 연구에 관한 이야기부터 패션 산업에서 깃털이 유행했던 시기의 이야기, 그리고 플라잉 낚시에 이용하기 위해 만들졌던 '플라이'를 단순한 낚시 도구가 아닌 예술의 경지로 여기는 플라잉 타이어들의 이야기까지.
책을 읽고 나면 이 책이 특정 사건을 추적한 사건 기록인지, 자연사에 관한 이야기인지, 인간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인지 헷갈리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장르인 듯한 이야기들을 정말 잘 버무려놓았다는 감탄도 든다.
실화에 기반한 내용이라 재미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롭고 새롭다.
저자가 의도한 것이 생태계의 파괴를 감수하면서까지 극단적인 예술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을 고발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면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윈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에서 온갖 시련을 겪어내면서도 그야말로 '열정'만으로 탐사를 지속해서 자연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 다윈과 비슷한 시기에 정말 우연히도 다윈의 자연진화론과 같은 이론을 창안했지만, 이름을 남기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해서 탐사를 지속했던 인물. (다윈 역시 자신만 종의 기원의 창시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었겠지만, '비열한 사람이 되기 싫어' 월리스가 함께 업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한 몫 했다.) 다윈의 명성을 질투하는 대신 자신이 발견한 수많은 표본들, 즉 오랜 지구의 역사가 정확하게 간직되기를 바랬던 인물. 그 순수한 열정과 인품, 끈기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 커크 윌리스 존슨,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역시 '진짜' 깃털로 플라이 타잉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물론 절도한 깃털들을 판매해 경제적인 이득을 대단히 많이 취하기도 했지만) 자연사 박물관을 턴 에드윈과 공통점이 있어보인다. 바로 한 가지에 집착해서 끝까지 파고 든다는 것. 깃털 도둑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해 입문한 플라이 낚시 도중 스승으로부터 우연히 깃털 도둑 얘기를 듣고, 도난 사건을 당한 박물관도 경찰도 접다시피 한 사건을 5년 동안 파고들어 취재한 작가의 집념(집착)도 어쩌면 에드윈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에드윈도 그렇고 여전히 되찾지 못한 표본들에 대한 궁금증까지, 마지막까지 속이 후련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엄연한 현실인 걸.
스스로가 주범인지, 공범인지 잘 알지도 못 하는 채로 우리들 역시 깃털 도둑이거나 깃털 구매자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사실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