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다

아몬드_편도체가 정상이면 감정도 정상인가?

나는 나인 나 2022. 4. 26. 14:06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을 들락거릴 때마다 베스트셀러, 혹은 추천도서에서 자주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 책을 읽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히 표지 그림 때문이었다. 책을 볼 때마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로봇 같은 표정의 인물을 봐야 한다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늦게나마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순전히 내가 먼저 읽어보고 고학년이 된 아이에게 추천해주기 위해서였다. 초등학교 교사도 추천하는 책이길래.
그런데 이제 막 오만 가지 감정이 파릇파릇 피어나고 있는 10대 초반의 아이들이 이 책에서 나와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커다란 감정의 파고를 겪은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여러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면서도 그것을 내 것으로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 하는 사람들, 스스로를 감정 불능의 ‘비정상’ 궤도로 몰아버리는 줄도 모르고 편도체의 문제로 ‘적절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를 ‘비정상’으로 규정해버리는 사람들.
어쩌면 정상, 적절성의 범주도 그들이 정해놓은 것일 텐데. 오히려 상황에 따른 감정을 제대로 느낄 줄 모르는 윤재가 다른 사람들은 곤이로만 보는 친구를 이수로 보고, 부인을 돌보지 못한 죄책감을 안고 사는 빵집 주인에게 타인을 돌보며 사는 계기를 제공하고, 아들의 모습을 부정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윤 교수를 변화시킨다. 윤재의 감정을 깨워주기 위해 나비를 희생시켰던 곤이가, 의도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결국엔 스스로가 통 속에 갇힌 나비가 되어 윤재의 감정이 깨어나게 하고, 아마도 곤이가 아닌 이수로 살게 될 것 같은 결말도 인상적이었다.

아몬드는 편도체가 지극히 정상인 나에게 이런저런 고민을 남겼다.
느껴지는 감정을 외면하거나 억누르고 감정불능의 상태가 되기를 원한 적은 없었는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유에서든 단순히 귀찮아서든 다르게 느끼는 척하거나 아무 감정 없는 척하지는 않았는지.
사랑은 결국 서로의 마음과 감정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어떤 감정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서 완성되는 것. 이수가 곤이라는 껍질을 벗게 하고 윤재에게 눈물을 찾아줄 수 있게 한 것이 우리가 알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사랑의 참모습이고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 소중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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