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여우 꼬리가 위풍당당할까? 주인공 단미는 이제 겨우 자신이 구미호라는 걸 받아들이고 하나씩 등장하는 꼬리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을 뿐인데. 여우 꼬리가 뭐라고 별나다거나 숨기고픈 게 아니라 위풍당당한 걸까?
1권에서 처음 꼬리가 나왔을 때는 ‘한꺼번에 나오는 게 아니었어?’ 하고 당황스러웠지만, 2권부터는 이번엔 대체 어떤 꼬리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등장한 방향의 꼬리, 두 번째로 등장한 우정의 꼬리, 세 번째로 등장한 용기의 꼬리와는 달리 왠지 욕망으로 가득한 지배적인 느낌의 네 번째 꼬리는 질투의 꼬리다. 게다가 꼬리의 주인(?)인 단미가 꼬리의 의지에 끌려다닐 지경으로 꼬리 중에 힘이 가장 세다.
다른 누구보다 뛰어나 보이고 싶고 칭찬과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은 단미에게 질투의 꼬리는 자기를 따르기만 하라며 여러 가지 면에서 평소보다 월등한 능력을 선사한다. 그 능력에 도취되었던 것도 잠시. 단미는 그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질투의 꼬리를 떼어냈다가, 질투의 꼬리가 없어진 후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과 꼬리 없이는 네가 아니라는 용기의 꼬리의 조언에 다시 질투의 꼬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구미호인 엄마의 경험담으로부터 질투의 꼬리에 새 이름을 붙이고 그 힘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질투의 꼬리는 내가 어떻게 이름 붙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동기의 꼬리, 의욕의 꼬리, 노력의 꼬리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내가 원치 않는 때, 나도 모르게, 내가 어찌할 수 없이 등장하는 꼬리들은 결국 내 안에 있다가 발현되는 내 모습이다. 나조차도 당황스럽고 때론 받아들이기 버거운 모습이지만 그 모습들을 ‘나’로 인정하고, 나를 이끌어갈 힘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성장인 거다. 멋지고 대단하지 않더라도 결국 진정한 나를 만들어갈 모습들, 힘들이기에 여우꼬리는 ‘위풍당당’한 거다. 성장은 마법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는 게 아니기에 아홉 개의 꼬리는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고 한 개씩 나타나는 거다.
아홉 개의 꼬리가 모두 출현하려면 앞으로 다섯 권이 더 나와야 하나? 꼬리를 맘먹기에 따라 통제하게 되기까지 가려면 10권까지는 이어져야 할까?
부디 손원평 작가님이 규칙적으로 부지런히 남은 책들을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비어린이 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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